브라질의 토착 원주민인 뚜삐-과라니 인디오들의 말로써 “많은 솔방울 또는 많은 소나무”를 의미하는 “curii-tyba”에서 유래된 지금의 꾸리찌바(Curitiba)는 포르투갈의 브라질 식민사업 과정에서 탄생한 남동부 도시이다. 총면적 432.17 평방 킬로미터에 남북의 거리가 35km, 동서의 길이가 20km인 이 도시는 해발 934.6미터에 위치하고 있으며 연간 강수량이 1500mm이고 여름동안의 평균기온은 21°C, 겨울동안의 평균기온은 13°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온대성기후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역사가 이민족들의 유입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현재 인구 150여만명의 꾸리찌바 역시 초기 원주민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포르투갈인들을 중심으로 한 외국 이민들로 형성되었다. 18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이 도시의 주민들은 대다수 원주민 인디오와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혼혈인인 마멜루꾸(Mameluco)들이 주를 이루었으나 18세기 중반에 접어들어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폴란드, 이탈리아, 우크라니아, 시리아 등지에서 많은 이민이 몰려왔으며 20세기에 들어서는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동양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도시에는 지금도 다양한 문화가 혼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의 전체 문화가 그러하듯 이질 문화에 대한 강한 친화력과 융화력을 바탕으로 서로 괴리감을 느끼지 않은 채 조화로운 공존 형태를 이루고 있다.

꾸리찌바가 브라질 역사에 떠오르게 된 것은 1693년 3월 29일 포르투갈인인 마떼우스 마르찡스 레미스가 당시 포르투갈의 법령에 근거하여 시의회 구성을 위한 첫 선거를 실시하고 노싸 씨뇨라 다 루스 두스 삐냐이스라는 작은 도시를 세우면서였다. 그 뒤 1721년 꾸리찌바로 이름이 바뀌었고 하빠에우 삐리스 빠르징유가 부임하면서 오늘날 국제적인 교통·환경도시로의 탈바꿈이 시작되었다.

그는 그 당시 주민들에게 자연보호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예를 들어 벌목은 극히 제한된 구역에서만 하도록 하였고, 주민들로 하여금 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지금의 벨렝강에 대해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의무를 부과하였다. 집도 시의회의 사전허가 없이는 함부로 지을 수 없게 하였으며 지붕은 반드시 기와를 잇도록 하였다. 또한 도로 건설도 향후 이 도시의 구획정리를 염두에 둔 듯 다른 도로들과 연계를 고려하여 건설토록 하였다.

·현대 대중교통의 진수

이 도시가 국제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교통과 환경문제 해결에 있어서 오랜 세월동안 지속적이고도 일관성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면서부터다. 꾸리찌바의 교통시스템은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바 최근에는 영국의 ‘Building and Social Housing Foundation’으로부터 상을 수상했으며 미국의 주요 환경연구단체 중 하나인 ‘Worldwatch Institute’로부터는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꾸리찌바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꾸리찌바는 이미 1910년대부터 공공 교통수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며 낮은 운영비와 고품질의 서비스를 결합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하루 190만 이용객들 가운데 89%가 현행 시스템에 만족하고 있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꾸리찌바의 교통수단이 이용객들로부터 이 같은 찬사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교통비 지불시스템의 통합을 들 수 있다. 도시의 어느 곳을 가든 이용객은 단 하나의 티켓으로 지불한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종합터미널과 일명 튜브형 정류장이다. 장거리를 여행하는 승객들의 교통비는 단거리를 이용하는 승객의 요금으로 상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장거리를 출퇴근하는 이용객의 80%가 이러한 단일 요금제로 혜택을 받고 있다. 현재 교통연계시스템과 관련하여 운영되고 있는 버스는 1,902대이며 하루 24시간 1만4천여 번의 구간 운행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 총 거리만도 31만6천km에 이른다. 꾸리찌바시 당국은 이에 만족치 않고 8개의 위성도시들과의 교통을 연계시킴으로써 하루 평균 25만 명의 주변 도시 이용객들이 도심으로 들어오는 데 큰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1974년부터 직행버스노선을 새로 만들어 도심과 각 주변 구역간의 교통을 보다 신속하게 하는 데 성공하였다.

·서민과 인간위주의 교통시스템

이 시스템은 도심까지 연결되는 각 도로 한 가운데에 오직 시내 직행버스만이 오갈 수 있는 차선을 설치하고 그 양 옆으로 기타 일반 차량들이 통행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고려는 승객들의 안전을 말할 것도 없고 도심과 주변 구역간의 교통을 상당히 다이나믹하고 원활하게 함으로써 문자 그대로 일반 대중을 위한 교통 시스템의 진수를 엿보게 한다. 하지만 늘어나는 인구에 걸맞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직행노선에 80년대부터 두 대의 버스를 합친 모양의 ‘장대버스(150~270명 수용): 좌측 그림참조’를 운행 중이며 현재는 시속 65㎞를 달리는 모노레일(차량 3량을 합친 형태의 기차로서 한 번에 415명 수용 가능)을 구상하고 있는 등 도시의 발달과 더불어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이처럼 꾸리찌바시가 여타 다른 메트로몰리탄에서 볼 수 있는 지하철을 마다하고 지상의 전통적인 버스 노선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선 비용차이가 엄청난데서 기인한다. 육로의 도로를 확장하고 대중교통수단인 버스 전용 노선을 세우는 것이 지하절을 건설하는 것 보다 몇십배 싸게 들 뿐만 아니라 외곽도시들과의 상호 교통 연계 문제를 원할히 해결할 수 있으며 기존의 도로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브라질의 행정 특성상 중앙정부의 지원없이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지하철을 건설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어쨌든 이렇게 탄생한 교통 및 도로 시스템은 동서남북 방향에서 도심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설치되어 있고 총 길이는 58㎞에 이른다. 중간의 환승 지역은 총 270㎞의 간선도로와 구간도로 185㎞와 상호 연결되어 있어서 도시의 65%가 이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꾸리찌바의 교통시스템이 이용객들뿐만 아니라 외국기관들에 의해서도 찬사를 받는 이유는 지체 장애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 때문이기도 하다. 약 800m 간격으로 도로 한 가운데 설치되어있는 총 223개 튜브형 정류장(상단 그림 참조)들의 경우는 지하철처럼 버스 문 높이와 승강장 높이를 똑같이 만들어 지체 장애인들의 승하차를 편하게 해주고 있다. 아울러 정류장 접근로 역시 계단이 아닌 경사면으로 만들거나 그 중 195개의 튜브형 정류장 경우는 아예 소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함으로써 장애인들의 공공 교통수단 이용에 불편한 점이 없도록 하고 있다. 물론 또 튜브형 정류장의 경우 지하철처럼 입구에서 미리 요금을 받음으로써 승하차시에 요금 지불로 인한 대기시간을 축소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꾸리찌바는 브라질에서 주민 1인당 차지하는 녹색지대가 가장 큰 도시이기도 하다. 총 녹색지대 8천100m에 1인당 55.09m. 또한 쓰레기 분리수거를 처음 도입한 도시로서 총 쓰레기 배출량 가운데 13%에 해당하는 캔, 유리, 금속, 플라스틱, 휴지 등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함으로써 현재 쓰레기 분리수거를 실시하고 있는 브라질의 여타 4개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분리 수거율을 나타내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

1990년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이라는 최고 영예의 환경관련상을 수상하기도 한 꾸리찌바의 쓰레기 재활용품 수거 프로그램인 ‘쓰레기가 아닌 쓰레기’는 이 프로그램 실시 이래 지금까지 총 41만9천t의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했는데 이 양은 280m의 면적에 20층짜리 건물 1천200동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또한 환경차원에서 꾸리찌바는 80만㎡에 이르는 녹색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주로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변과 산기슭에 공원, 숲, 광장 등을 위치시켜 주말이면 15만여 명의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녹색지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원과 숲 그리고 광장 등을 도심으로 가로지르는 강 주변과 산기슭에 위치시킨 것은 상가들의 난립을 막음으로써 상수도의 오염을 예방하기 위함이며 아울러 각 공원에는 인공 호수를 만들어 우기 때 비가 많이 와 범람할 경우 넘치는 물을 가두어 두는 임시저수지 역할을 하는 기능성 공원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현재 주민 1인당 녹지 면적이 52㎡에 달해 세계 보건기구가 권장하는 12㎡의 약 4배가 넘는 것으로 선진국의 도시들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꾸리찌바시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실행 중에 있다. 그 중 ‘녹색교환’의 경우 재활용품을 수거하여 가져올 경우 식량이나 학용품 또는 장난감 등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또한 일종의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샘(泉)’의 경우 시립학교 학생 2천600여명이 환경 파수꾼으로서 수질 분석을 통한 강의 오염상태 파악에 적극 참여토록 유도함으로써 환경 보호에 꿈나무들이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1991년 6월에는 환경자유대학(Universidade Livre do Meio Ambiente)을 세워 대학 차원에서 환경 문제를 연구하고 나아가 주민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시스템을 운영중이다.

환경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또 다른 활동중에는 18,000 평방미터에 이르는 구찌에리스 숲 공원을 조성하여 그곳에 산책로와 시간당 1,350리터의 물이 솟구치는 분수를 마련하였으며 나아가 아마존 환경 운동가이자 고무채취업자였던 쉬꾸 멘지스를 기념하여 탑과 ‘고무채취업자의 집 Casa do Seringueiro’ 그리고 ‘아마존 학교 Escola Amaz nica’ 및 ‘환경관 Pavilh o do Meio Ambiente’를 건립, 주민들에게 친환경적인 분위기와 그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미래 설계

물론 꾸리찌바도 교통과 환경수준에 걸맞는 많은 문화유산을 갖고 있으며 24시간 개장하여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24시 거리 Rua 24 horas’, 각 이민족들의 기념관, 1916년에 세워져 13만점의 도시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빠라나주립 박물관’, 1992년 7천200m의 호수 위에 세워져 꾸리찌바의 현대 건축의 상징이기도 한 ‘아라미 오페라하우스’(총 1천998석; 우측 그림 참조), 높이 109.5m의 전망대인 ‘미란찌 다 뗄레빠르’ 등 볼거리도 많은 곳이다. 하지만 시 정부는 환경 친화적인 도시계획건설과 더불어 서민 편의 위주의 대중교통 정책 자체가 이 도시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끌어올리는 근간사업으로 보고 정책의 일관성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민들의 생활의 질 향상을 달성하고자 노력중이다. 특히 시 전체에 총 50개의 이른바 ‘지식의 등대 Far is do Saber’라는 공립도서관을 마련하여 시립학교들과 연계되어 운영하되 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술촌 Vila das Tecnologias’을 세워 민간부문과 합동으로 저 비용의 고품질 국민주택을 지어 저소득층에 혜택을 주고 있으며 일명 ‘작업촌 Vila de Of cios’불리는 마을도 건설, 서민들의 거주지와 일터가 가장 가깝게 위치하도록 하여 출퇴근에 따른 시간과 비용절감을 유도함으로써 주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고있다.

이에 따른 결과도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시 전체의 GDP가 US$86억으로 일인당 GDP가, 브라질 전체 국민의 평균인 연 US$3,600보다 훨씬 높은 US$5,900에 이르고 있다. 아울러 도시로의 인구집중현상을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 총 인구 2,400,000여명의 26개 위성도시들과 연계하여 산업단지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정부와 총 59억 달러의 민자 및 외자 유치를 추진중이며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고용창출과 사회복지 향상 그리고 환경 및 문화 유산 보호 등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완료될 전망이다.

이러한 정책의 일관성과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꾸리찌바 시 정부는 편안한 도시, 쾌청한 환경, 시민의 편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수십 년 간 도시개발정책의 책임자를 관련 부서에서 발탁함으로써 일관성있는 도시개발정책을 펴고 있다. 나아가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과 시민들의 요구에 귀기울이는 꾸리찌바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할 것이다.

·본 기고문의 사진 일부는 『문화도시 문화복지』에 실린(박용남-역사경관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상임대표)의 “재미와 장난이 만든 삶의 질-희망의 도시’ 꾸리찌바 행정에서 배우는 3가지”에서 따온 것입니다.

출처 : 윤택동·중남미연구소 책임연구원